2016년 5월 23일 월요일

당나귀와 떠난 여행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당나귀와 떠난 여행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이 '모데스틴'이라는 당나귀와 함께 종교분쟁의 한 중심지였던 프랑스 남부의 세벤느를 여행하고 쓴 글이다. 르 퓌로부터 출발하여 120마일이나 되는 험준한 산길을 걸어 생 장 뒤 갸르에 도착하기까지의 과정이 생생하게 살아있다. 1879년에 발표된 이 여행기는 여행기 장르를 개척한 선구적인 작품으로 손꼽혀 많은 사람들이 세벤느에 와서 그의 여행을 그대로 따라했을 정도다. 1978년에는 스티븐슨의 세벤느 여행 백주년 기념행사가 열려 세계의 많은 RLS(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약칭) 애호가들이 몰려와 당나귀를 끌고 스티븐슨의 여행을 다시 재연하기도 하였다.이 작품은 참으로 다양한 빛깔을 지니고 있다. 당나귀와의 실랑이를 포함해 도보여행중에 겪는 수많은 에피소드에서는 가벼운 웃음을, 수도원 에서는 경건함과 관용을, 종교분쟁지인 세벤느에서는 역사의 슬픔을, 소나무 숲에서 보낸 하룻밤에는 무한한 환희와 낭만을, 당나귀와의 이별 장면에서는 시큰함과 애틋함을 함께 체험하도록 이끈다.자연 한가운데서 고독을 즐기면서 인간의 삶을 명상하는 스티븐슨의 여행기는 우리 모두 최소한의 경비만 가지고 배낭을 하나씩 짊어진 채. 황량하고 거칠지만 소박한 우리 시골 한가운데를 향해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 참고로 원서에는 없는 역자 원유경 교수의 는 작가를 이해하는 좋은 길잡이 역할을 할 것이며, 스티븐슨을 연구하는데에도 매우 중요한 자료로 쓰일 수 있을 것이다.내가 다시 잠에서 깨어났을 때 (9월 29일 일요일). 수 많은 별들이 사라졌고, 가장 강한 빛의 별 몇 개만 남아 아직도 머리 위에서 빛나고 있었다. 멀리 동쪽으로 지난밤에 잠이 깼을 때 보았던 은하수같이 지평선 위로 흐릿한 빛의 안개가 보였다. 날이 새고 있었다. 나는 등불을 켜고 반딧불 같은 그 불빛에 의지하여 장화와 각반을 신었다. 모데스틴을 위해 빵을 좀 떼어내고, 시내에서 물통에 물을 채운 뒤, 내가 마실 초콜릿 차를 끓이려고 알코올 램프를 켰다. 푸른 어둠이 내가 그렇게 달콤하게 잠을 잤던 숲의 빈터를 넓게 물들이고 있었다. 그러나 곧이어 비바레 산꼭대기를 따라 오렌지 빛깔의 넓은 띠가 생겨나더니 금빛으로 녹아들었다. 차츰차츰 아름답게 다가오는 새벽에 내 마음은 엄숙한 기쁨에 사로잡혔다. 나는 시냇물 흐르는 소리를 즐겁게 들으면서, 기대하지 못했던 어떤 볼꺼리가 있을까싶어서 주위를 살폈다.(소나무 숲에서 보낸 하룻밤/ p.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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